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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이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마무리했다.

전체 계열사 수를 26개에서 22개로 줄이고, 이호진 전 회장 일가가 보유했던 계열사도 합병, 증여 등의 방식으로 출자구조를 단순화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오너 3세인 이현준 씨의 입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태광그룹은 계열사인 티시스와 태광관광개발의 합병을 오는 8월까지 완료한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합병이 마무리 되면 최근 2년여에 걸친 출자구조의 단순·투명화 작업은 사실상 끝난다.

그간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과 그의 아들 현준 씨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가 주요 계열사를 거느리는 형태로 인해 계열사간 내부거래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이 전 회장은 2016년 12월 세광패션 지분을 태광산업에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7월에는 와인 유통업체 메르벵 지분 전체를 태광관광개발에 무상 증여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티시스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 뒤 투자 부문은 한국도서보급과 합병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티시스는 그룹 내 IT 업무 등을 담당하는 업체로, 계열사에 IT 서비스를 제공해 일감 몰아주기의 논란의 대상이 된 기업이다.

티시스는 이 전 회장이 지분 51.01%, 아들 이현준 씨가 44.62%, 아내 신유나 씨가 2.18%, 딸 이현나 씨가 2.18%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티시스는 티브로드와 흥국생명보험 등에 IT서비스를 제공하며 연간 전체 매출 70%가량인 약 2400억원을 그룹 계열사를 통해 올리면서, 일감몰아주기의 대표 사례로 꼽혔다.

공정거래법상 오너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비상장사의 경우 내부거래가 연 200억원 이상이거나 연 매출의 12% 이상이면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된다.

티시스의 인적분할을 통해 오너 일가 지분율이 20% 밑으로 떨어지게 됐다. 또 이 전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티시스의 개인 지분도 태광산업과 세화여중·고를 운영하고 있는 일주세화학원에 무상으로 증여키로 하면서 일감몰아주기 논란 등에서는 자유롭게 됐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의 지분 처분이 사실상 그룹 내부에서 진행됐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티시스 지분의 무상 증여하게 되는 태광산업에 대한 이 전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여전히 43% 수준인 점으로 감안할 때, 배당 등을 통해 오너 일가가 간접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 개선은 내부거래와 일감 몰아주기 등 논란을 해소하고 동시에 공익적 목적도 고려한 것"이라며 "완료된 이후에도 소액주주의 권리보장, 윤리경영시스템 강화 등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현준 씨의 그룹 내 입지는 더욱 강화된 것으로 예상된다.

현준 씨는 2005년 한국도서보급 지분을 45% 사들였으며 이듬해 49%까지 지분을 늘렸다. 2006년에는 티시스와 티알엠의 지분을 각각 49% 매입했다.

티시스와 티알엠은 2010년 태광산업의 지분을 11.2% 보유했으며 이후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현준씨는 태광산업 2대 주주 자리에 오르게 됐다.

티시스와 한국도서보급이 합병된 이후 현준씨는 합병 티시스 지분 약 40% 이상을 보유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태광그룹의 승계 작업도 거의 마무리 됐다는 평가다.

특히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이 2012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 후 7년째 비상경영에 있다. 이로 인해 장기적인 경영전략을 짜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준 씨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태광그룹은 사실상 승계 기틀은 마련된 상황"이라면서도 "현준씨가 20대 중반에 불과해 당장 경영에 나서기 보다 경영 수업을 쌓는 등 차근히 과정을 거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